2008/10/23 02:08
1. 2008.9.12 맘마미아
흥겨웠고 즐겁게 봤다. 사실 뮤지컬 맘마미아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뮤지컬이 정말 보고싶어졌다. 아바의 노래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리고 재미있는건, 무대의 비현실은 현실이 되지만 그걸 그대로 영화에 옮겨놓으면 그냥 비현실이 된다는 거였다. 무대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대사하다 말고 노래를 해도 뜬금없이 댄서들이 뛰어나와 함께 춤을 춰도 모든 게 현실이 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상당히 보기 민망한 비현실이 되버린다. 딸과 남자친구가 바닷가에서 연애질하던 부분은 정말 차마 스크린을 쳐다볼 수가 없어서 허공을 보며 노래만 들었다. 전반부는 다소 보기 난감한 장면들이 종종 튀어나오지만 후반부는 영화적으로도 꽤 괜찮았다. 딸의 웨딩 드레스를 입혀주고 머리를 빗겨주던 장면은 옆에 엄마가 있어서 그런지 어쩐지 맘이 짠해지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못한다, 못한다 듣기는 했지만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는 정말 아니었다. (笑)
2. 2008.9.18 대장금
드라마 대장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버렸다. 연산의 어머니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가져다준 아비의 업을 받고 태어나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죽는 저주를 안고 사는 장금이 사람을 살리고 또 살려야 그 업을 풀 수 있다는 운명을 예고 받는다. 드라마처럼 장금이는 수랏간 나인이 되었다가 최상궁 집안의 음모로 쫓겨나고 의녀가 되어 다시 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민정호와 사랑을 하며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결국 잔혹한 업을 풀고야 만다. 그러나 이 뮤지컬은 '대장금'임에도 불구하고 장금의 이야기보다는 당시의 시대상, 즉 조광조를 위시한 사림 개혁파들과 오겸호를 위시한 공신 세력 간의 권력 다툼이 전면적으로 부각된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미식가거나 환자로만 등장했던 중종이 역사 속의 왕, 중종으로 드러나며(사실 난 이번에 처음으로 대장금에 나오는 왕이 중종이라는 걸 알았다) 장금의 연인에 불과했던 민정호 역시 조광조의 친구로 개혁파의 한 축으로 그 역할을 확고히 가진다. 대장금이라는 제목에 비추어 드라마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파격적인 각색이 좋은 소리 듣기 어려울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이 편이 훨씬 좋았다. 장금이 업을 가지게 된 것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저주대로 차례로 잃게 되는 것도,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지켜내는 것도 모두 이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일어나는 일. 내가 보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장금이 약했던 것은, 배우의 탓도 적지는 않았다. 내가 본 캐스팅은 리사씨였는데 노래가 많이 약했다.의상이 무척 잘어울리고 예뻤는데, 연기나 노래가 영 장금이와 어울리지 않아 아쉬웠다.
조광조의 그 유명한 소격서 혁파씬은 사실 많이 웃겼다. 정말 아이돌 콘서트 장면을 방불케 하는 퍼포먼스와 노래 스타일이라서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계속 당혹한 상태로 봤다. 그리고 연신 키득키득 웃으면서. 좋아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은데, 사실 정말 좋아하는 건지 반어법인지도 잘 모르겠고 아, 난 전혀 아니었다. 전반부의 격구 장면은 좋았고 그 이후 이어지던 민정호, 조광조, 중종의 뜻을 높이 세우소서가 제일 기억에 오래 남는 넘버였다. 오겸호 역의 김태한씨가 참 멋졌는데 실록을 읊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박력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공연에서 가장 근사했던 건 경희궁 숭정전이라는 공연장 자체였다. 왕이, 정말 궁의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앞으로의 공연이 어떻든 간에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돈은 아깝지 않다 라고 생각했다. 날씨도 좋았고, 밤의 정취와 궁의 어우러짐은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펌프보이즈로 처음만나 개그맨 이미지로 강하게 각인된 조정석씨는 여기서 조광조 역을 상당히 멋지게 소화했음에도 여전히 내게는 그의 개그기질이 더 인상적이었으니 이 일을 어쩐다.
3. 2008.10.8 멋진하루
헤어진 두 남녀의 채무관계 청산을 위한 하루 간의 동행을 그린 영화로 기대보다 훨씬 더 좋고,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 내내 지루하지 않게 웃게 해줬던 까불거리는 하정우의 어설픈 듯한 날건달 연기도 일품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는 전도연이 왜 뛰어난 배우인지를 알게 했다. 전도연이 맡은 희수는 영화 내내 그리 많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 연신 틱틱 거리고 짜증낸다. 그러나 처음 병운(하정우)를 만났을 때와 점차 그와 다니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표정과 눈빛이 누그러든다. 그 미묘하게 변화하는 시선과 눈빛, 표정들을 전도연의 얼굴은 말해주고 있었다. 너무 지치고 되는 일이라고는 없어 짜증만 남아 병운을 찾아왔던 처음에서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던 순간들을 전도연의 얼굴은 모두 그려냈다. 스모키 화장 아래 표정을 가리려고 하지만 차마 가려지지 않는 복잡한 감정들. 감정을 감추려고 하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것, 그 두가지를 모두 전도연은 보여줬다. 저 배우가 정말 대단한 배우구나 하는 걸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서울거리의 아름풍경도 볼거리였지만 익숙한 거리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 보다가 실소를 흘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장면은 바뀌고 시간은 흐르는데 계속 같은 자리만 맴돈다거나, 혹은 아는 거리에서 시작했는데 중간에 전혀 모르는 거리로 급작스럽게 바뀐다던가. 그리고 영화 보다가 4~5명이 중간에 자리를 뜨는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저렇게 중간에 사람이 나가는 걸 보는 것도 드문일이다. 잔잔하긴 했지만 병운 덕에 그렇게까지 지루한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4~5명이 한꺼번에 나간게 아니라, 2~3명씩 텀을 두고 자리를 뜬 상황이라 속으로 좀 웃었다. 이 영화를 어떤 기대를 가지고 보러 온걸까 싶어졌었다.
한참 정신없던 무렵이라 보고도 정리를 못했다. 따로 리뷰를 쓰기에는 시간도 지났고 그렇다고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보내기에는 아쉬워서 묶어서 해치운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