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13 PM8
CAST- 손숙, 서주희
엄마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게 좋지 않은 엄마였다. 의사도, 하루 한번은 꼭 야외활동을 할 것을 권했다. 그래서 거의 매일같이 밖에 나가 놀았다. 산책을 하기도 했고 쇼핑을 하기도 했고 공연도 보고, 영화도 봤다. 그러던 중에, 엄마가 이 연극을 보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이게, 엄마가 죽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셨던 듯 싶다. 그러나 이건, 딸이 죽는 이야기다. 그것도 권총 자살하는 딸의 이야기다. 사실 엄마와 함께 보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다. 한참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까닭없이 불꺼진 방에서 울면서 죽고 싶다고 울던 엄마를 기억하고 있었다. 새벽, 내 방 책상 앞에 앉아있다, 악몽을 꾼 엄마의 비명 소리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도 있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보기 무서웠다. 어쩌면, 이 작품이 엄마를 부정적인 측면으로 자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엄마의 상태가 점차 악화일로로 걸었던 것은, 그때 때마침 터져나온 잇다른 자살사건의 베르테르 효과도 한몫했다고 여기고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은 보았다. 딱히 달리 거절할 말을 못찾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서웠지만, 듣기 힘들었지만, 해줄 말도 없지만 그래도 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는 다고,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는 건 아니다. 결국 듣는 내가 힘들어서 엄마의 말을 막아버리면, 엄마의 상처와 절망은 엄마의 속에서만 곪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정면으로 부딪치기로 했다. 엄마가 혹여 나쁜 생각이 들더라도, 속으로 혼자 썩이며 곪게 만들지 않고 이렇다고 내게 풀어놓게 되기를 바랐다.
연극 속에서는 딸 제시는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절망하고, 사는 것이 재미도 없고, 더 나빠지기만 할 미래가 두려워 자살한다. 그리고 엄마는 죽겠다며 문을 잠근 딸의 방문을 두드리며 나는 네가 그렇게 외로운줄 몰랐다며 절규한다. 객석의 나와 엄마는, 엄마는 딸의 허무를 이해했고, 나는 혼자 남겨진 엄마의 처절한 슬픔과 상처에 몸을 떨며 울었다. 그리고 극장을 나와 우리는 손을 잡고 엄마의 좌절과 허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날 밤, 잘자라는 인사를 하고 안방을 나오려는 내게, 엄마는 잘자요, 라고 말하지 말라고 부탁했고 우리는 마주 보고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한 시간을 더 이야기를 했다. 불을 끄고 내 방으로 돌아오기 전, 나는 내일 봐요, 라고 인사를 했다.
손숙씨의 델마도 좋았지만, 어쩐지 이 역은 나문희씨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말투와 캐릭터가 그랬다. 자꾸, 손숙씨를 보고 있으면서도 귓가에 나문희씨의 목소리가 쟁쟁 울렸다. 손숙씨는, 글쎄- 느낌상 좀 더 젊었다면 딸 제시의 캐릭터와 더 어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주희씨는 굉장했다. 많은 이들이 울었다. 훌쩍이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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