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8 03:30

1.
2009 세번째 쓰릴미가 시작했단다. 공연장이 학교와 가깝다. 정말 가까운 데 있어서, 처음에는 기분이 묘했지만 나 살기 바쁘니 잊었다. 심지어 오늘 첫공이었던 것도 야구 때문에 심란한 맘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알았다. 정신없었던 것도 사실이나,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잊은 적이 없다. 언제 볼 수 있는지 계속 셈하고 있다. 그러나 쓰릴미는 깔끔하게 잊었다. 첫공이었다더라. 강필석씨의 네이슨이 돌아왔고, 김산호가 리차드로 섰다고. 그러나 관심없다. 그 '술집년'이 돌아왔다고도 하고, 최고로 싫어한 것 중 하나인 레슬링 쓰릴미 장면과, '쓰릴미'도 돌아왔다고는 하나, 여전히 관심없다.

2007년 여름에, 그 좁고 어두웠던 무대 위에는 천재가 있었다. 팬심에 끓어올라 그 분이 천재적인 배우라고 말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 무대 위에 있던 배우는 '천재'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이 연기한 '나'는 정말 천재였다. 모든 가능성을 움켜쥐고 '그'를 치밀하게 나락으로 내몰았으면서도 그를 떠나지 못하는 그 '천재'의 지긋지긋한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 연인의 배신에 치를 떨면서, 그에 대한 복수를 완벽하게 계획할 수 있는 두뇌가 있었음에도, 그가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완전한 복수가 아니라 어떠한 방식으로는 '함께 있는 것'이라는 점은 어떤 애원과 고백과 사랑의 밀어보다도 더, 지독하게 깊은 사랑이었다.

쓰릴미는 매력적인 작품이기는 하지만 철저한 작품은 아니다. 전에도 여러번 말했듯이 빈 곳이 너무 많다. 그러나 그 날 내가 본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게 아귀에 들어맞았다. 그게 얼마나 환상적인 경험인건지, 그 진가는 그 이후에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미완의 작품이 완벽하게 완성되는 순간을 본 셈이었다. 그러니 그 이후에는 어떤 쓰릴미도 내게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모든 작품의 연출과 배우의 해석에 따라서 다른 색채를 보이기 마련이지만, 쓰릴미처럼 다소 거칠고 얼기설기 엮어진 작품일 경우에는 연출과 배우의 해석에 따라 이야기적으로도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되버리곤 한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연출을 하고 연기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주제 자체도 틀어져버리는 것이다. 2007년 7월 17일에 내가 본 쓰릴미는 이야기적으로도, 주제적으로도 완벽했다. 그러니 내게 쓰릴미는 그 날 본 쓰릴미가 완성본이다. 

그러나 그건 그 날의 연기와 연출이 제거된 쓰릴미라는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아니다. 그러니 그 이후에 쓰릴미는 당연히 그 날 내가 본 이야기와는 또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게 내 마음에 차지 않는 것도 결국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물론 상당히 유동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더 뛰어나고 더 내 취향이 걸맞는 쓰릴미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는 것이겠지만 일단 한번 '완벽'이라는 느낌을 받은 다음에야 그걸 뛰어넘기란 쉽지 않음을 이제는 안다. 그러고나니 쓰릴미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버렸다. 가까운 데서 하는데다가, 공연을 쉬이 보러가기도 어려울 것 같으니 한번쯤은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어쩌면,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했으니 들뜬 마음을 버리지도 못했던 2008년 보다는 훨씬 더 관대하고 열린 마음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본다면 강필석 네이슨, 정상윤 네이슨 다 좋은데 리차드는 둘 다 안끌린다는 거다.  

2. 
슈퍼주니어가 컴백을 한단다. 티져가 공개되었는데 보고 놀랐다. 샤이니, 소녀시대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sm이 달라지긴 했구나. 소녀시대 Gee도 티져랑 완곡 느낌이 다소 달랐으니 티져에 나온 한소절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smp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은 든다. 사실 2집때 꽤 좋은 곡들을 받아놓고도 전형적인 smp인 돈돈을 타이틀로 들고나와 심하게 짜증을 냈었다. 데뷔곡 트윈스도 smp라면 smp였지만  괜찮다. 그러나 돈돈은 정말 심각하게 아니올시다였다. 하기사 트윈스는 번안곡이었으니. 아니, 후에 리팩에 들어 시상식마다 퍼포먼스 곡으로 썼던 갈증은 역시 유영진 곡이었지만 훨씬 나았다. 근데 왜 타이틀이 돈돈이었냐구. 곡도 곡이라지만 가사도 난감해서 무대를 볼때 마다 참 마음이 복잡미묘했었다. 돈돈 무대에서 하나의 위안이라면 멤버들의 라이브 실력이 늘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3집 작곡가 라인업이 좋아도 시큰둥했다. 그래놓고 타이틀 또 돈돈같은 거면 어쩌라구. 그러나 이번 타이틀은 제목은 sorry sorry라는 데 티저만 두고 보면, 열풍을 탄 후크송 계열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고, smp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샤이니 때 처럼 유명한 안무가들한테 안무도 받는 모양이고, 티저 봐서는 스타일도 좋아보이고. 하기사 슈주는 늘 우월한 코디팀으로 인해 스타일과 의상들은 어디하나 빠질데가 없긴 했다. 하여간 이번엔 좀 아주 많이 잘되었으면 좋겠다. 여전히 슈퍼주니어의 최고 히트곡은 U인 것 같은데 뛰어넘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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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이(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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