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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20 2008 쓰릴미(Thrill Me) 마지막
2008 쓰릴미

2008. 8. 19 pm 8
cast 나- 이창용 그- 김무열



이것이 올해 나의 마지막 쓰릴미다. 미련일랑 없게 해주어 고맙다고 해야할까.

이 한줄로 사실상 어제 쓰릴미와 올 쓰릴미에 대한 내 감상은 끝이다. 지난달 두번의 쓰릴미를 보고 돌아와서 후기를 쓰느라 적잖은 시간을 썼다. 그때 그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으나 어제 보면서 또 여기에 시간을 쏟기에는 얼마간의 시간도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쓰려고 해도 쓸말도 없는 것 같았다. 이미 두번의 쓰릴미가 내게 가르쳐준대로 지나치게 반전에 집착하지도 않고, '나'와 '그'의 감정에 집중해서 두 사람의 사랑을 느껴보려 했으나 그마저 실패했다. 남는 것은 지루함과 허무함 뿐.

전반적으로 극은 지루했고 나는 '나'의 감정도 '그'의 감정도 잡을 수가 없었다. 무대와 나 사이에 백만광년이 떨어져 있었고 아무 감정도 그 사이에 흐르지 않았다. 1시간 40분이 그토록 길게 느껴진 것은 처음이었다. 느낌상 이미 마지막 쓰릴미가 진행되고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superior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다. 쓰릴미는 누누이 말했듯이 사랑이야기이기도 하며 추리극이나 심리극이기도 하다. 올 쓰릴미가 사랑이야기에만 주력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이 내 마음에 들고 안들고를 떠나서 납득은 가능한 문제다. 그러나 올 쓰릴미가 보여주는 사랑은 내가 보기에는 상처와 증오, 애증과 소유욕, 붉디 붉어 검붉게까지 보이는 지독하고 진저리나는 사랑이 아니라 핑크빛의 풋사랑이다.

이창용의 '나'는 애틋하다. 애틋하게 '그'를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정말 살인까지 동참하고 '그'의 날개를 꺾고 제 자신의 운명까지 포기할만큼 무게가 있는 것인가? 그토록이나 깊고 짙으며 숨막힐만한 사랑일까? 네이슨이 품은 사랑은 숭고한 것이 아니라 지독한 것이고 끔찍한 것이다. 그러나 이창용이 보여주는 사랑은 애틋하고 청소년의 풋사랑과 흡사하게 느껴졌다. 쓰릴미의 '나'의 사랑이 애처롭고 애틋한 사랑에서 멈추는 것이었던가?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무시할 수도 있었고 그래서 어린애를 죽이는데도 동참했고, 자신의 운명과 그의 운명조차 꺾어 주저앉혔다. 스무살의 치기어림일 수는 있었지만 심약한 풋사랑이어서야 곤란한게 아닌가? 내가 생각하기에 네이슨의 사랑은 무서운 집착이고 뒤틀리고 날카로운 지독하게 무거운 감정이다. 그러나 애틋하고 애처로운 오늘 쓰릴미가 그린 사랑은 살인과 자살(교수형도 상관없었으니까)까지도 불사할 무게나 집착, 맹목성도 없었다.

올 쓰릴미를 두고 농담처럼, 믿는자에게 복이 있나니와 같다고 말했었는데 한달이 지난 지금, 그것은 해소된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된 것 처럼 보였다. 두 사람의 몸짓은 밀착되고 끈적했지만 이제 부담스럽게까지 느껴졌고, '나'와 '그'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어떻게든 진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무열의 리차드는 들은 대로 야무진 손끝도 그대로 였고, 오히려 각 잡혔던 작년보다 자연스러워진 느낌이 좋기도 했지만 조금씩 핀트가 엇나간다는 느낌과 종종 감정을 드러냄에 있어서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차드가 그토록이나 빛났던 것은, 리차드 배우의 역량만이 아니라 네이슨의 존재 때문이었던 것일까? 확인할 길이 없는 의문만이 떠돈다.

가혹하리만큼 혹평 일색인 것이 어쩐지 열심히 공연한 두 배우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사실상 좋은 느낌이라고는 못 받은 공연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 공원씬 부터는 줄곧 세번째는 아니 만나는 것이 좋은 뻔 했다고 생각했다. 수빈군이 초대권이 생겼다며 선생님과 보러가자고 했지만, 거절했다. 이 작품을 다시 볼 자신이 없다. 2008 쓰릴미는 내게는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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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이(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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