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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1 스프링어웨이크닝 (4)
2009/08/11 13:37



2009.7.18 pm3 

거의 한달 다 되어가는 공연의 리뷰를 이제 쓰려니 가물가물하다. 끄적여둔 구절들이 몇 있기는 하지만, 이제와 이 공연 리뷰를 쓰려니 어색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안쓰고 넘어가자니 아쉬워서 간략하게나마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싶다.


원래 공연 보기 전에 예습이니 그런 걸 하는 편은 아니지만 우연한 기회에서 이 작품은 노래를 먼저 듣게 되어서, 그 곡들에 워낙 반한터라 기대되면서 한편으로 걱정도 제법 있었다. 처음 박힌 인상과 감상은 깊게 남아 그 이후의 것들을 필연적으로 먼저의 것과 비교하게 되고 그 결과는 대체로는 불만족이니까. 그러나 노래에 관해서라면 이 작품에 불만이 전혀 없었다. 배우들의 노래 솜씨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가사에 있어서도 직역인 것이 '극'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었다지만, '노래' 그 자체만으로 보면 그리 나쁘지 않았으며, 사실 꽤 아름다워서 들으면서 반하게 된 가사들도 적지 않았다. (극 보면서, 아 저 가사 정말 좋다 라고 생각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게 원통!) 음악으로만 들었을 때 보다, 공연을 보고나서는 훨씬 더 많은 곡들이 기억에 남고 귀에 들어왔다. 음악만 들었을 때는 첫곡인 mama who bore me를 단연코 사랑했는데, (물론 공연에서도 그 곡은 좋았지만) touch me나 guilty one이라던지, left behind가 같은 곡들이 공연을 보면서 새롭게 들렸다. 공연 본 이후 지금까지도 그 곡들을 유독 많이 듣고 있다. 특히 모리츠의 장례식 장면에서 부르는 left behind는 곡만 들었을 때는 그리 깊은 인상을 받지 못했던 것인데 공연 보면서는 너무 좋았었고 그 장면이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파격과 노출, 이라는 키워드로 보통 회자되곤 하지만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이야기 자체는 지금으로서는 빤한 이야기다. 내가 어릴 적 보았던 청소년 드라마에서 등장하던 스토리와도 그다지 다를게 없었다. 억압적인 어른들과 그 눈초리를 피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아이들. 그 세계는 늘 그렇듯, 어른들의 세계와 충돌하고 대부분 깨져나간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성(姓)에 눈뜨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에 나름의 방법으로 그를 탐독한다. 어린 여자아이는 그것이 무슨 위험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 채, 처음 맛본 쾌락에 빠져들고 사내아이는 작은 웅덩이일 뿐인 고독에 몸부림치면서 제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어른들의 계략과 배신에 휩쓸려 부모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아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또 어른들의 탐욕의 그늘 아래서 조용히 숨죽여 우는 아이들도 있다. 그리고 그 틈에서 교활하게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는 아이들도 있는 법이다. 1800년대 후반에 씌인 이 이야기는, 그러나 지금은 구닥다리라고, 그 효용가치가 없다 외면하게 되기 보다는, 아 저 먼 옛날에도 청춘은 저리도 치기어리고 고통스러웠구나 라는 걸 새삼 느끼게 했다. 아마도 인간이 사고라는 것을 하고 문화라는 것을 만들어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젊은이들은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세계에 도전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 아주 조금씩의 변화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좋은 방향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무척 오래되고 뻔하게 까지 보이는 이 이야기는 내게 분명 어떤 울림을 주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배경이1800년대 후반의 독일이라는 것을 미리 제시해주는 편이 관객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초반에 갑갑한 수업을 묘사하기 위한 장면으로 보이는 라틴어 수업 장면은 처음에는 도통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어 당황하고 말았었다. 가사의 문제라거나 대사 전달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우선 간단하게 저게 1800년대 후반 독일의 라틴어 수업시간 이다 라는 정도만 제시해줘도 이해도를 훨씬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공연 본지 한달이 넘었기 때문에 그 동안 변화했을지도 모른다) 노출의 경우, 전혀 모르고 봤다면 놀랄 수도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느껴지진 않아서 자연스럽게 극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 했다. (물론 아빠랑 같이 보긴 좀 힘들겠구나 싶긴 했지만)


극이 좋았던 부분이 많으면서도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는데, 가장 아쉬웠던 건 사실 멜키어였다. 조정석씨의 경우 펌프보이즈의 첫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터라 계속 웃기는 이미지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모리츠는 정말 좋았다. 2막 초반에 모리츠와 일세와의 대화가 절절했었고, 모리츠가 죽어버린 이후의 2막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사실 극 전체를 이끄는 주인공은 멜키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김무열의 멜키어는, 멜키어 보다는 김무열의 흔적이 너무 짙었다. 교만하고 치기어린 것도 멜키어의 성격 중 하나라지만, 멜키어는 분명 수재라고 불릴 만큼 똑똑한 학생인데 뭐랄까, 너무 '척'하는 듯하기만 했다. 그래서 멜키어의 치기어림이나 오만이 엿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수재 학생을 연기하는 김무열만이 보였다. 물론 그의 우월한 몸매나 옷테는 여전해서 극 초반에 여자 아이들이 낄낄 대며 누구나 저 애를 좋아할 거라 속닥일 때 그 말에 100% 동의를 표하게 되긴 했었다. 그러나 그 뿐. 정말 '질풍노도'의 시기의 한가운데를 꺽일듯 질주하다가, 부서지지 않고 살아남는 멜키어의 고뇌나 깊이를 표현하기엔 김무열은 그냥 너무 번드르르하기만 했다. 그래서 보고 나오면서 김무열이 아닌 멜키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들었는데, 내가 본 공연이 18일이었고 21일 공연부터는 괜찮아졌다고 하니 또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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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이(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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