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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4 수고 많았습니다, 두산베어스! (6)

초반 분위기 넘어갔을 때 아, 졌구나 싶긴 했지만 그래도 경기가 끝나고 써야지 싶어서 지금까지 기다렸습니다. 두산의 2009 시즌은 끝났습니다.

결정타가 부족했던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리 핵심 선수들이 빠졌다지만, 우리쪽 상황도 나은 게 없었죠. 투수는 여전히 부족하고, 믿을 만한 선수들은 모두 컨디션 저하. 그나마 1,2차전 모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금동이와 세데뇨의 기대 이상의 호투 덕분. 불펜에서 믿을 수 있는 게 태훈이 뿐인 상황. 곱창과 용찬이는 가능성은 보여줬지만 또 1년 차의 한계도 같이 보여줬으니까요.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3,4차전. 그 파장이 결국 마지막 5차전에 쓰나미로 온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팀에게 3년째 역스윕, 명색이 플레이오프인데, 한 경기에 6개의 홈런을 맞는등 비참하기 짝이 없는 결과지만, 따라서 힘이 좌악 빠지기는 하지만 오늘 경기만이 아니라 올 한해 전체를 돌아보면 참 잘 헤쳐왔고, 잘 버텨왔던 시즌 같습니다. 겨울에 전력 보강은 단 한명도 되지 않았고, 믿었던 용병 투수 한명은 시즌 직전 어이없는 부상으로 아웃, 데리고 온 선수는 실상 초반 평가는 '투수도 아니다'였었죠. 개막전 선발진 모두 엔트리에서 사라지지 않나, 종박의 큰 부상과 겹쳐 타자들도 절반 이상이 주전 선수들이 없는 라인업. 1승 2패 전략으로 근근히 버티던 시기도 있었죠. 그래도 가을까지 버티고 왔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로 한숨이 나오던 시점에 3연승으로 진출. 플레이오프 2연승까지 거두면서 코리안 시리즈 진출 희망을 높이는가 했지만, 2007의 예가 있으니 맘 놓을 수는 없다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결국은 이러한 결과를 보는군요. 솔직히 속상해요. 눈물도 찔끔나구요. 그래도 베어스 잘했다고 하고 싶습니다. 막판에 현수 헤메기는 했어도 올해 현수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죠. 확실한 클래스를 입증했고, 손시헌의 명품 수비, 이종욱의 악착같은 모습, 보상 선수로 왔지만 1:1 트레이드 못지 않은 만점 활약을 보여준 보석이 이원석, 눈물 나는 선발 라인업에 숨통을 틔워준 산삼이 홍상삼. 흔들리기도 했고 위기도 왔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한 시즌 내내 뒷문을 지켜준 용찬이, 눈부셨던 고창성, 정말 정말 수고가 많았던 우리 태훈이, 앞으로의 미래가 백배 쯤은 더 기대되는 우리 아가곰 수빈이, 그리고 두목. 플레이오프 때 두목의 여러가지 아쉬운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는 했어도, 롯데 전 그 만루포를 기억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두목. 겨우내 몸 관리 잘하시구, 내년에 좀 더 건강해진 모습으로 뵈어요. 두목 당신은 진리입니다. 금동이!, 납동이에서 금동이 까지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막판 금동이로 돌아와준 당신, 내년에 진짜 금동이를 봅시다, 우리. 안 쓴 선수들 정말 많지만 모두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정말 행복했고, 설레였고 두근댔습니다. 아, 고젯. 우리..아니 내 고젯. 당신의 그 아스트랄함에 반해 미적지근했던 야구에 타오른거지만 올 한해는 걱정이 많긴 했죠. 컨디션도 나쁜데다 부상, 좀 좋아질만 하면 다시 사구. 그래서 정말 어쩌나 하던 때 플레이오프에서 날아줬죠. 당신 활약이 아까워 두산이 시리즈 이기길 바랐으나, 또 고영민이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님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고맙기도 하네요. 근데 마지막 경기는 왜 그랬어요? 좀 잘 쳐보지.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감독님! 부상으로 빠져도 이 정도로 빠지는 건 처음 봤다 하실만큼 엉망이었던 라인업에, 터무니없는 용병들, 풀릴 만 하면 고비가 오던 시즌이지만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누구보다 속 많이 상하셨을테지만, 그래도 내년, 내후년에도 두산은 감독님 밑에서 가을 시즌에 나갈거라고 믿고, 또 야구의 신이 계셔 우리를 조금만 살펴주신다면 우승하리라고 봅니다. 문득, 오늘 아침에 오은선 대장이 안나푸르나에서 안나푸르나 신이 허락해주셔야 정상을 밟을 수 있다, 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목숨까지 내건 그 험한 길과 꼭 같지야 않겠으나 이번 시리즈를 보면, 분명 그런 운 내지는 신의 뜻이 우승에는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단적으로 어제의 경기, 아예 취소 됐거나 진행되었더라면 어땠을지요. 그러니, 힘을 내시고 또 내년을 부탁드립니다.

죄 이천에 누워있는 어리고 비싼 투수 녀석들! 영훈이, 원재, 야곱이...그리고 (후우) 명제. 내년엔 아프지들 맙시다. 1군 와서 좀 쌩쌩하게 던져줘봐. 기대할테니까.

다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또 2010 시즌을 설레며 기다리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내년엔 홈에서 좀 잘해줘요. 올핸 불행히도 한 경기도 직관 못했지만, 나 내년엔 꼭 야구 보러 갈거란 말이예요. 우리 내년엔 꼭 잠실에서 우승합시다.

화이팅 두산!

PS- 3년 째 같은 결과라 맥 빠지긴 하지만, 삼세판이라고...이제 SK한테 질거 다 진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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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이(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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