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7/04 맘마미아! (6)
2009/07/04 13:28




2009.7.3 pm 8
Cast- 최정원, 황현정, 이경미, 성기윤, 박지일, 이정열, 김자경 등.


3개월 만의 공연관람. 스트레스와 피로에 녹초였던 상황에서 최적의 공연을 선택했다. 맘마미아는 전에도 한번 보려고 했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못봤고, 그러다가 작년에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 어머님께서 불타오르셔서, 다음에 공연이 올라가면 반드시 보아야겠다고 주장하시는 바람에 언제 올라오나 그것만 기다리고 있었던 공연으로, 페이퍼 제출이 끝나자마자 바로 이 공연 부터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영화보다 훨씬 좋았다. 노래야 말할 것도 없고, 공연 전체에 흘러넘치는 흥겨움도, 유쾌함도, 유머도 어울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2008/10/23 - [보다] - 몰아쓰는 리뷰 (맘마미아, 대장금, 멋진 하루)


맘마미아 영화 리뷰 쓰면서, 무대 위의 비현실은 현실이 되지만 스크린 속 비현실은 그냥 비현실로 남는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뮤지컬을 보고 와서는 지극히 무대적인 연출들을 스크린으로  너무 고대로 옮기려고 했던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의 연출은 놀랍도록 무대 위의 그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그리스도 아니고, 바다도 없고, 모텔도 두 개의 세트에 불과한 무대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연출을 실제 그리스의 풍광, 넘실대는 바다, 잘 지어진 모텔을 배경으로 풀어놓으니 그야 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과장'으로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영화에서 몇 장면은 정말 눈 뜨고 보기 민망하여 눈을 감고 노래만 들었는데, 그중 압권은 소피와 스카이의 바닷가 애정씬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잠수부들이 나타나 같이 코러스 하며 춤을 추는 장면은 정말 탄성이 절로 나왔었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로다가. 그러나 뮤지컬에서는 꽤 그럴싸했다. 사실 무대에서 펼쳐지는 나잡아 봐라 식 사랑 놀음은 나름대로 어울렸지만, 스크린에서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에서 다소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잠수부들의 등장 역시, 무대에서는 세트 뒤쪽에서 그들이 흘끔 흘끔 몰래 소피와 스카이를 훔쳐보다가 어느 순간 와르르 달려나와서 소피와 스카이를 떼어놓고 이 마을의 전통으로 신랑은 바다 속으로 잠수 진주 목걸이를 가져와야 한다며 스카이를 바다 속으로 떠미는 것 까지 상당히 매끄럽게 이어졌다.


또 뮤지컬이 특히 더 좋았던 장면은 결혼식 전날 벌어진 파티였다. 모두가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잔뜩 흥이 오른 가운데 아빠를 찾으려는 소피의 눈물겨운 노력이 벌어지고, 결국 그건 세 남자가 모두 내가 너의 아빠다, 라고 고백하면서 너를 데리고 식장에 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건 정말이지 아주 무대적인 연출이었는데 모두가 춤을 추며 즐기는 가운데, 소피와 각각의 아빠 후보들이 만나면 다른 인물들은 정지 되고 거기에만 조명이 꽂힌다. 당신이 내 아빠인가요? 라는 암시만 주는 짧은 대화 끝에 다시 춤을 시작되고 소피는 또 다른 아빠 후보와 조우한다. 이것은 내가 너의 아빠다, 그러니 너의 식장에 내가 손을 잡고 들어가마 라고 밝히는 장면들에서도 거의 동일하게 일어난다. 결혼식 전날 밤의 흥분과 그 와중에  소피와 세 남자들 간의 혼란이 서로 얽히고 섥히며 맞부딪치면서 아주 재미있고 흥미로운 장면들을 보여줬다. 흘러나오는 노래와, 호흡이 잘 맞는 춤의 근사함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도나가 소피의 결혼식 준비를 도와주며 딸을 키웠던 날들을 떠올리던 장면이었는데, 그 씬은 뮤지컬에서도 정말 좋았다. 이 뮤지컬을 본 많은 이들이 엄마와 함께 보았다는 데, 그건 아바가 우리 어머니들의 젊은 날들의 스타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건 이 뮤지컬이 어머니와 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정원씨 공연을 처음 보는데, 1막에서 좀 목이 덜풀렸나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2막에서, 정말 멋진 노래를 보여주셨다. 딸에게 부르는 노래, 샘과 말다툼하며 부르는 노래, 그리고 앵콜에 이르기까지. 관록의 여배우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리고 샘 역의 성기윤씨. 목소리가 정말 너무너무 좋다. 사실 노래 맘마미아 후반에 남자 셋이서 부르는 후렴구를 듣고 어쩌면 나는 이 뮤지컬에서 노래부르는 남자의 목소리가 좋아서 뮤지컬을 보러다니는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짜릿한 흥분을 느꼈었다. 물론 박지일씨나, 이정열씨도 좋았지만 정말 성기윤씨 그 목소리란. 사실 영화에서 샘 역의 피어스 브로스넌은 나무날데 없는 신사였지만 노래는 녹음본에도 불구하고 최악이었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상태라, 노래 좀 별로네 하면서 그럭저럭 봤었지만 뮤지컬을 보니 이걸 먼저 보고 영화를 봤으면 화를 냈겠다 싶어졌다. 아, 매력이 두배 이상 상승.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것은 소피 역의 김자경씨였는데 굉장히 자그마한 체구에 목소리가 너무 발랄하고 예뻤다. Thank you for the music을 부르던 그 고운 목소리라니!


그리고 듣던대로 맘마미아의 절정은 바로 앵콜. 광란의 춤사위까지는 아니어도 일어나라는 말에 3층 관객들의 2/3마저도 일어나 박수를 치며 즐기던 그 마지막 순간의 흥분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또 무엇보다도 기뻤던 것은 요 사이 좋지 않은 소식들이 연이어 들려와서 기분이 가라앉아 있던 엄마가 진짜 즐거워하며 공연을 즐기고, 일어나라고 그러자마자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으며, 나오는 길 내내 다시 보고 싶다고 들뜬 목소리로  이야길 했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행복해보였고, 내가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행복 위에 엄마의 행복이 더해져서 나도 더 신났다.


맘마미아! 즐거운 노래들과, 흥겨운 춤들, 그리고 행복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방학이 시작한 기분이 들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제이(J)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