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5 05:00
그러니까, 모두가, 너 완전 낚였구나?, 그대 올인구나- 할만큼 정신이 나간 상태에 나는 보통 한번 낚이면 한참 가는 편이긴 해도 이번엔 정말 드문 지경에 올랐다. 텐션이 지나치게 높아져서, 잠도 안자도 별로 안피곤하고, 배도 안고플 뿐더러, 밥 생각 조차 없어지는 단계에 오른게다. 이거 무슨 도를 깨친 사람 같지만, 그냥 온몸의 에너지가 그 쪽으로 쏠리면서 나머지가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것 같다. 롬앤쥴때도 꽤나 열광열광 했지만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고, 노트르담 드 파리 때도, 잠을 안자도 안 피곤 하고 - 이건 아니었는데.
스스로가 좀 당황스러울 정도의 상태로 치달았다. 표는 씨가 말랐지만 취소표가 생기는 중인지 그 다음날 공연의 표들이 안습인 자리일지라도 드물게 생기곤 했다. 그리고 포착한 내일 두시 공연, 캐스트는 최재웅&이율. 사실 이 페어는 충무 때부터 고정 페어였으니 호흡이야 오죽 잘맞겠어, 더욱이 계약서씬과 Nothing like a fire 씬을 영상을 봐서 율군의 박력있는 '그'에도 넋이 나간지라 정말 보고 싶은 페어다. 두시면, 한시간 반 공연이니 끝나고 죽도록 뛰면 4시 20분까지 알바에 도착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정말 고민했다. 보고싶다,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목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겨우겨우 묵살했다. 대학로에서 우리집 까지는 멀지는 않지만 교통편이 불편하다. 갈아타야하고 어쩌다보면 시간을 못맞출 수도 있었다. 또한 이상태에서 공연을 보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도 의심되었고. 그래서, 참 눈물겨운 마음을 접었다.
완전 낚인 공연마저 포기하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기로, 참 무심할 만큼 책임감이 결여된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선물일까? 생각지도 못했는데 6월 24일, 최재웅-김무열 페어의 공연 실황 전부가 메일로 도착해있었다. 혹시나 해서 지식인에 올려두었는데, 별로 기대는 안했었다. 아, 그런데 구했다니! B페어(최재웅&이율)도 좋고, 최재웅-김무열 페어도 좋다고 했는데, 막상 직접 본 페어의 실황 전부가 들어오니 참. (笑) 음질도 좋다. 그래서 싸악 한번 돌려 듣고 나니, 마음이 좀 가라앉는다. 물론 생각이 깊어지면 연기를 보고 싶어. 무열씨의 능수능란한 '그'도 그지만 박력있는 율군의 '그'도 보고싶어. 최재웅씨의 '나'를 다시 한번 보고싶어. 사실은 캐스팅은 아무래도 좋아, 그냥 쓰릴미가 보고 싶어로 치닫지만, 늦게 알았고, 못볼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운좋게 보았고, 캐스팅에 대한 정보나 생각도 없이 봤으면서, 내 취향에 아주 걸맞는 캐스팅의 공연을 본 것도 행운이다. 게다가 전주부터 마지막 Thrill me까지 조금도 잘리지 않은 실황까지 구하지 않았던가? 비록 올해의 쓰릴미가 이렇게 내 손을 떠나도 파산신이 강림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笑)
몇 가지 영상 중, 내가 가장 완소 하는 건 역시 충무 막공 앵콜 superior 영상과 이야기쇼의 superior와 nothing like a fire. 충무 막공의 superior은, 사복차림의 재웅씨와 율군, 그리고 그와 나를 벗어난 네 사람이 부르는 살벌하면서도 사실 조금 민망한 가사의 superior. '그'가 아니라 김무열과 이율로, 그럼에도 두 사람은 너무도 즐겁게, 두 사람이 서로 고개까지 까닥이며 맞춰가며 호숫가 옆에 배수관 속에 귀여운 어린애 누워있어, 얼굴도 없어 녹아버렸지, 라던가 이것좀 치워 밧줄도 챙겨, 핏자국은 락스로 지워 등등의 살벌한 가사를 능란하게 불러제낀다. 그걸 보고 있는 '나' 역의 두 형님들, 류정한씨와 최재웅씨는 기막히다는 듯 허리를 접어가며 웃고, 끝내 가사 중에 있는 그만좀해!에 매우 사심을 담아 두 동생들에게 쏘아붙인다. 그러나 여전히 넘치는 장난기. 설마 본 사람 없겠지? 물론! 정말 안 붙잡히겠지? 절대! 정말 괜찮은 걸까? 그럼! 일부러 톡톡 끊어가면서 뱉는 저 확신이라니. 첫번째의 무열씨의 격한 물론! 때문에 정한씨 놀랬다. 그러고보면 쓰릴미 하면서 정한씨는 무열씨 때문에 꽤 여러번 놀란듯? 재웅씨의 귀여운 알았어!도 완전 소중.
이야기쇼의 superior에서는 류정한씨가 빠지고 강필석씨가 대신 들어왔다. 첫번째 호수의 어린애 얼굴이 녹아버렸다는 살벌한 가사를 율군이 부를때 무열씨도 웃고 그러기는 하지만 충무 막공에 비해 그 살벌한 가사 보다는 우리는 뛰어나니까, 우리는 천재적인 인간이야, 누구보다 머리에 든게 많으니까, 우린 남보다 훨씬 똑똑한 인간이라는 민망한 가사에서 오히려 쑥스러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런 것 보다 이영상의 백미는, 이겨내야지를 원곡과 다르게 올려 부른 재웅씨와 그 바로 다음 가사인 '그'의 이것좀 치워를 부르며 무열씨가 재웅씨를 툭툭 쳐서 저쪽으로 치워버린것.
이야기쇼의 nothing like a fire는 한줄 요약, 도망가는 재웅씨와 즐기는 무열씨랄까. 마지막 장면에서 무열씨가 다가가자 뒷걸음질 치는 재웅씨는 진짜 절박해보였다. (笑)
지금 꽂힌 넘버는 Everybody wants Richard와 위 두 영상때문에 Superior, 자꾸 흥얼거리는데-
Superior 가사는 확실히 좀. (笑) 하기는 The plan 에 꽂히지 않은게 다행인가. 내 동생을 죽이자만 숱하게 나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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